현직자가 까발리는 진짜 실무/대기업 미전실 · CVC

연봉 2억 오퍼 거절? FAS 매니저가 대기업 미전실을 택한 이유와 면접 썰

미전실형 2026. 5. 31. 18:45

안녕하세요, 미전실형입니다.

지난 글에서 다루었던 주 90시간 3교대, FAS 매니저의 짠내 나는 24시간 스토리는 어떠셨나요?

끝나지 않는 컨콜과 엑셀 모델링의 늪에 빠져 젊음을 갈아 넣던 그 시절, 저는 매일 밤 강변북로를 달리며 이직이라는 명확한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오늘은 전략 컨설팅 시절부터 회계법인 딜본부(FAS)까지 이어졌던 화려한 타이틀을 내려놓고, 

대기업 미전실로 이직을 결심하게 된 진짜 이유와 그 치열했던 비밀 면접 준비 과정을 낱낱이 공개합니다.

1. 왜 PE나 VC가 아닌 '대기업 미전실'이었을까?

​뱅커나 컨설턴트들이 이직을 고민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선택지는 보통 사모펀드(PE)나 벤처캐피탈(VC)입니다. 저 역시 이직을 준비하며 PE와 VC에 있는 수많은 선배와 친구들에게 조언을 구했고, 인더스트리 스터디도 치열하게 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최종적으로 대기업 미전실의 손을 잡은 이유는 명확했습니다. ​ 이전 '커리어 해부 2편' 칼럼에서도 잠시 언급했듯, 회계법인 FAS의 최전선에 있다 보면 거시 경제가 얼마나 심각하게 얼어붙고 있는지 가장 먼저 피부로 체감하게 됩니다. 대기업들이 컨틴전시 플랜(비상 경영)을 가동하고 지갑을 닫으면서 자문사 일감과 단가가 줄어드는 것도 문제지만, 진짜 문제는 PE와 VC 쪽에 있었습니다.

"시장에 돈이 마르니 펀드레이징(Fund raising) 자체가 너무나 어려워진 것입니다."

투자할 '실탄'이 없으면 아무리 훌륭한 심사역이라도 투자를 집행할 수 없고, 결국 본인의 트랙 레코드(Track record)를 쌓을 기회조차 잃게 됩니다.

반면, 제가 이직한 대기업 미전실은 든든한 본업의 현금 창출력을 바탕으로 M&A뿐만 아니라 CVC(기업형 벤처캐피탈) 업무까지 함께 수행하고 있었습니다. 피 말리는 펀드레이징 걱정 없이, 회사의 막대한 자본으로 딜을 소싱하고 VC 투자까지 굵직하게 주도해 볼 수 있다는 점이 저를 강렬하게 끌어당겼습니다.

사실 이직 준비 과정에서 전 직원 10명 남짓의 작은 하우스(Boutique)로부터 무려 2억 원 이상의 파격적인 연봉 오퍼를 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정규직이 아닌 '전문 계약직' 조건이었죠. 연차가 점차 쌓여가는 시점에서, 극도의 변동성을 지닌 작은 하우스의 계약직보다는 막대한 자금력과 안정성, 그리고 딜의 스케일을 모두 갖춘 대기업 미전실이 훨씬 더 매력적인 넥스트 스텝이라고 판단했습니다.

2. 주 90시간의 늪에서 살아남은 '비밀 이직 준비 썰'

주 80~90시간을 일하면서 도대체 면접은 언제 보러 다녔을까요? 그야말로 첩보 작전이 따로 없었습니다.

가장 먼저 한 일은 핸드폰 연락처 정리였습니다. 헤드헌터나 합격한 대기업의 인사팀 담당자 번호를 모조리 'A사 김 상무님', 'B사 박 팀장님'처럼 철저하게 '고객사'로 위장해서 저장해 두었습니다. 회의 중에 전화가 울려도 아주 자연스럽게 "아, 고객사 전화라서 잠시 받고 오겠습니다"라며 빠져나갈 수 있도록 말이죠. ​

 

면접 시간은 회계법인 특유의 출퇴근 문화를 적극 활용했습니다. FAS는 보통 오전 10시 출근이 국룰이기에, 아침 9시 타임에 1차 면접을 잡아 빠르게 치르고 법인으로 태연하게 출근하거나, 혹은 점심시간 전후인 11시나 오후 1시쯤에 외근을 핑계로 빠져나가 임원 면접을 해치우고 돌아왔습니다.

새벽 3시까지 엑셀을 돌리고, 아침 9시에 풀 정장을 입고 임원들 앞에서 논리를 뽐내던 그 피 말리는 몇 달은 제 커리어에서 가장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던 시기였습니다.

3. 대기업 임원 면접: 방심하면 나락 가는 '함정 질문' 2가지

대기업 미전실 면접은 뻔한 자기소개로 흘러가지 않습니다. 제가 합격한 곳의 임원 면접에서는 저의 멘탈과 센스를 동시에 시험하는 아주 날카로운 '함정(Trap) 질문' 두 가지가 등장했습니다.

함정 질문 1. "나는 워라밸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자네는 어떤가?"

얼핏 들으면 "아, 이 회사는 워라밸을 존중해 주는 훌륭한 기업 문화가 있구나"라고 착각하기 딱 좋은 질문입니다. 여기서 빙그레 웃으며 "저도 워라밸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효율적으로 일하겠습니다"라고 대답한 지원자들은 나중에 들어보니 전부 '광탈'했습니다.

이 질문의 진짜 의도는 'FAS에서 힘들다고 도망쳐 온, 편하게 쉴 생각만 하는 지원자'를 걸러내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 "워라밸은 제게 단 하나도 중요하지 않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제가 지금 있는 곳(FAS)보다 워라밸이 더 안 좋아질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 정도로 밤샘 야근과 주말 출근에 단련되어 있기 때문에, 대기업으로 이직하더라도 제 개인 시간보다는 업무를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몰입할 것입니다."

회계법인에서 굴러먹은 독기와 생존력을 보여준 것이 완벽한 정답이었습니다.

 

함정 질문 2. "우리는 해외 클라이언트랑 일할 기회도 많은데, 무조건 '갑질'로 찍어 눌러야 할 때도 있어요. 할 수 있어요?"

앞선 질문에서 '독기'를 원했으니, 이번에도 "확실하게 찍어누르겠습니다!"라고 대답해야 할까요? 절대 아닙니다.

이 질문은 대기업의 후광을 등에 업고 밖에서 쓸데없이 적을 만들거나 오만하게 구는 '리스크 있는 인물'인지 확인하는 고도의 심리전이었습니다. 이때의 정답은 단호한 태세 전환이었습니다.

  • "아무리 우리가 갑의 위치에 있고 대기업의 레버리지가 있더라도, 비즈니스는 결국 사람과 사람이 하는 것입니다. 특히 해외 클라이언트와의 협상에서는 무조건적인 갑질로 찍어 누르기보다는, 좋은 관계 유지를 기반으로 서로가 Win-Win 할 수 있는 최적의 해결책을 찾는 것이 제 스타일입니다."

이 두 가지 함정 질문을 완벽하게 빠져나온 후, 저는 마침내 원하던 대기업 미전실의 합격 통보를 손에 쥐게 되었습니다.

맺음말: 이제, 진짜 칼자루를 쥘 시간

합격 통보를 받고 회계법인 파트너 방에 들어가 사직서를 내밀던 날의 그 짜릿한 해방감은 평생 잊지 못할 겁니다. 수백억짜리 딜을 자문하며 밤을 새우던 역할에서 벗어나, 이제는 직접 회사의 막대한 자본을 움직이고 미래 사업을 기획하는 최전선, 그야말로 '칼자루'를 쥐는 곳에 서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자문사(Advisory)에서 인하우스(In-house)로 넘어온 제 삶이 마냥 여유롭고 화려하기만 했을까요?

[다음 편 예고] 베일에 싸인 '대기업 미래전략실', 도대체 무슨 일을 할까?

자문사 에이스가 인하우스로 넘어가 뼈저리게 느낀 '보고서와 실행의 차이', 흥미롭게 보셨나요? 다음 글에서는 드디어 제 닉네임의 모티브이기도 한 그룹의 컨트롤 타워, '미전실(미래전략실)'의 진짜 장막을 걷어보려 합니다.

드라마나 재벌 기사에서만 보던 그곳. 과연 오너의 특명을 받고 은밀하게 그룹의 판을 짜는 권력의 중심일까요, 아니면 끝없는 임원 보고와 사내 정치에 시달리는 고도화된 '보고서 공장'일까요?

M&A 딜 소싱부터 CVC를 통한 스타트업 투자 검토, 그리고 그룹 수뇌부의 의사결정을 이끌어내기 위해 피 말리게 돌아가는 데일리 루틴까지. 철저하게 베일에 싸여 있어 밖에서는 절대 알 수 없는 대기업 미래전략실의 진짜 하루 일과와 역할을 다음 편에서 낱낱이 파헤쳐 보겠습니다.

수많은 취준생과 금융권 종사자들이 종착지로 꿈꾸는 인하우스 전략/투자 부서의 리얼리티, 다음 편을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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