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가치를 매길 때 DCF만큼 자주 쓰이는 방법이 상대가치평가법(Market Approach)입니다. Trading Multiple과 Transaction Multiple은 무엇이 다르고, 실무에서는 왜 두 가지를 같이 쓰는지 Big 4 회계법인 딜본부(FAS)와 대기업 M&A팀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정리했습니다.
안녕하세요, 미전실형입니다.
기업의 가치를 매기는 방법을 검색하다 보면 DCF(현금흐름할인법)는 자주 접하지만, 실무에서 그만큼 중요하게 쓰이는 **상대가치평가법(Market Approach)**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습니다. 오늘은 이 상대가치평가법이 무엇이고, 그 안에서도 Trading Multiple과 Transaction Multiple이 실무에서 어떻게 다르게 쓰이는지 구체적인 숫자 예시와 함께 설명하겠습니다.
(참고: 이 글은 [가치평가 프롤로그 - 6단계 프로세스] → [DCF 1편] → [WACC 2편]으로 이어지는 시리즈의 3편입니다. 이번 글만 읽어도 이해에는 문제없습니다.)
목차
- 상대가치평가법이란
- Trading Multiple — 지금 이 순간 시장의 온도
- Transaction Multiple — 과거에 실제로 돈이 오간 흔적
- 숫자로 보는 예시: 같은 회사, 다른 두 가지 몸값
- 실무에서 진짜 싸움이 붙는 지점 (Peer Group)
- DCF와 상대가치평가법을 같이 써야 하는 이유
- 자주 묻는 질문 (FAQ)
1. 상대가치평가법이란: "정답을 모르니, 시장에게 물어보자"
DCF가 "이 회사가 미래에 얼마를 벌지 내가 직접 엑셀로 계산해 보겠다"는 접근이라면, 상대가치평가법은 정반대입니다. "내가 계산하는 것보다, 이미 시장이 매겨놓은 비슷한 회사들의 가격표를 참고하는 게 더 현실적이지 않을까?"라는 발상에서 출발합니다.
방법은 단순합니다. 유사 기업의 가치를 특정 재무지표(매출, EBITDA, 순이익 등)로 나눈 배수(Multiple)를 구한 뒤, 이 배수를 타겟 기업의 재무지표에 곱해 가치를 역산합니다.
이 배수를 어디서 가져오느냐에 따라 실무에서는 크게 두 갈래로 나뉩니다.

2. Trading Multiple — "지금 이 순간 시장의 온도"
현재 상장된 유사 기업들의 주가를 기준으로 배수를 뽑습니다. 대표적으로 EV/EBITDA, EV/Sales, P/E 같은 지표들이 있습니다.
💡 실무 포인트 Trading Multiple의 최대 장점은 '실시간성'입니다. 오늘자 종가 기준으로 시장이 이 업종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즉각 반영되죠. 하지만 치명적인 약점이 있습니다. 상장 주식의 거래 가격에는 경영권 프리미엄(Control Premium)이 빠져 있다는 것입니다. 소액 주주가 장내에서 주식 몇 주를 사고파는 가격과, M&A로 회사 전체의 경영권을 통째로 가져오는 가격은 본질적으로 다릅니다.
3. Transaction Multiple — "과거에 실제로 돈이 오간 흔적"
과거 유사 업종에서 실제로 경영권 M&A가 성사됐던 사례들의 거래 가격 배수를 가져오는 방식입니다.
💡 실무 포인트 Transaction Multiple에는 Trading Multiple에 없는 것이 하나 붙어 있습니다. 바로 경영권 프리미엄입니다. 회사 전체를 인수해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는 대가로, 시장가보다 통상 20~40% 웃돈을 얹어주는 관행이 과거 거래 사례에 그대로 녹아 있습니다.

4. 숫자로 보는 예시: 같은 회사, 다른 두 가지 몸값
이해를 돕기 위해 가상의 예시를 들어보겠습니다. 국내 중견 식품기업 A사를 인수 검토한다고 가정해 보죠.
- A사의 최근 EBITDA: 200억 원
- 상장된 유사 식품기업들의 평균 Trading Multiple (EV/EBITDA): 6.0배
- 과거 3년간 성사된 식품업종 M&A 거래의 평균 Transaction Multiple: 8.5배
이 경우 A사의 기업가치(Enterprise Value)는 계산 방식에 따라 이렇게 달라집니다.
구분배수산출 기업가치
| Trading Multiple 기준 | 6.0배 | 200억 × 6.0 = 1,200억 원 |
| Transaction Multiple 기준 | 8.5배 | 200억 × 8.5 = 1,700억 원 |
같은 회사, 같은 EBITDA인데도 어떤 배수를 쓰느냐에 따라 무려 500억 원의 가치 차이가 발생합니다. 이 차이가 바로 경영권 프리미엄이 반영되었는지 여부에서 나옵니다. 실제 M&A 협상에서 매도자가 Transaction Multiple을, 매수자가 Trading Multiple을 각자 유리하게 들고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5. 실무에서 진짜 싸움이 붙는 지점 — "그래서 뭘 Peer로 넣을 건데?"
이론은 여기까지고, 실무의 본질은 결국 2편에서 WACC의 Beta를 구할 때와 똑같은 싸움으로 돌아옵니다. "어떤 회사를 유사 기업(Peer Group)으로 넣을 것인가."
같은 업종이라도 회사의 규모, 성장률, 마진 구조가 다르면 배수는 천차만별로 벌어집니다. 매도자는 배수가 높게 형성된 화려한 성장주들을 Peer에 욱여넣으려 하고, 매수자는 배수가 낮은 전통 산업 회사들을 끌어와 방어합니다.
Big 4 FAS나 미전실 실무진이 밸류에이션 보고서에 "Peer Group 선정 기준" 챕터를 따로 빼서 근거를 쌓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상대가치평가는 단순한 숫자 싸움이 아니라 '누구를 우리 편으로 세워 비교할 것인가'를 다루는 프레임 싸움입니다.
6. DCF와 상대가치평가법, 왜 같이 써야 하나?
DCF는 회사 고유의 미래 계획을 반영한 '내재가치'를, 상대가치평가법은 지금 시장이 매기고 있는 '시가'를 보여줍니다. 두 숫자가 크게 차이 난다면 실무진은 반드시 그 이유를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 DCF > 시장 배수: 시장이 미래 성장성을 아직 못 알아본 것이라는 논리로 프리미엄을 정당화
- DCF < 시장 배수: 시장이 특정 테마로 과열되어 있다는 근거로 방어
최종 보고서에서는 두 결과값이 겹치는 구간(Value Range)을 도출해 협상의 앵커(Anchor)로 삼습니다.
7. 자주 묻는 질문 (FAQ)
Q. Trading Multiple과 Transaction Multiple 중 어느 것이 더 정확한가요? A. 어느 한쪽이 절대적으로 정확하다고 할 수 없습니다. Trading Multiple은 시장의 실시간 시각을, Transaction Multiple은 실제 경영권 이전 시 지불된 프리미엄을 반영합니다. 실무에서는 두 가지를 모두 산출해 Value Range로 제시하고, 딜의 성격(경영권 이전 여부)에 따라 가중치를 조정합니다.
Q. 비상장기업은 Trading Multiple을 어떻게 구하나요? A. 비상장기업 자체는 시장가가 없으므로, 사업 모델이 유사한 상장기업들을 Peer Group으로 선정해 그들의 배수를 차용합니다. 이때 Peer Group 선정 기준이 밸류에이션 결과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가 됩니다.
Q. EV/EBITDA와 P/E, 어떤 지표를 써야 하나요? A. EV/EBITDA는 자본구조(부채 비율)의 영향을 덜 받아 업종 간·기업 간 비교에 널리 쓰입니다. P/E는 순이익 기준이라 자본구조와 세율의 영향을 크게 받으므로, 주로 동일 업종 내 유사한 자본구조를 가진 기업끼리 비교할 때 사용합니다.

맺음말
프롤로그(6단계 프로세스) → DCF(1편) → WACC(2편) → 상대가치평가법(3편)까지, Big 4 FAS와 미전실이 매일 엑셀로 돌리는 가치평가의 뼈대를 전부 훑었습니다.
숫자를 뽑아내는 공식은 교과서와 같지만, 그 뒤에 숨은 진짜 실무의 싸움은 항상 "누구를 비교 대상으로 세울 것인가", "어느 프리미엄을 얼마나 합리화할 것인가"라는 프레임의 문제였습니다.
시리즈 전체 보기
- [가치평가 프롤로그 - 6단계 프로세스] (https://venturecapitalist.tistory.com/27)
- [가치평가 1편 - DCF 현금흐름 추정] (https://venturecapitalist.tistory.com/28)
- [가치평가 2편 - WACC 실무 해부] (https://venturecapitalist.tistory.com/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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