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자가 까발리는 진짜 실무/Big 4 FAS

회계법인 딜본부 현실 - 주 90시간 3교대? FAS 본부의 극악 워라밸

미전실형 2026. 5. 23. 21:39

안녕하세요, 미전실형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회계법인 딜본부(FAS), 그중에서도 딜의 실무를 총괄하는 Manager 직급의 ‘진짜 현실’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회계법인 FAS, 특히 M&A 자문이나 가치평가 부서를 목표로 취업을 준비하시는 분들이라면, 기사로만 접하던 수백억, 수천억 단위의 화려한 딜 사이즈와 딜본부 특유의 전문성에 매료되어 이 길을 꿈꾸실 겁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상상을 초월하는 워라밸의 붕괴가 존재합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면, 제가 회계법인을 퇴사하고 다음 스텝으로 이직을 결심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도 바로 ‘일 말고는 일상이라는 게 존재할 수 없었던’ 극한의 업무 강도 때문이었습니다.

마치 병원의 간호사분들처럼, 하루를 3교대로 쪼개어 제 자신을 3등분 해야만 했던 그 시절의 타임라인을 가감 없이 공개합니다.

1. 4개의 프로젝트, 나를 3등분 하다

제가 퇴사하기 직전, 약 1년 가까운 시간 동안 저는 총 4개의 프로젝트를 '동시에' 리딩하고 있었습니다.

첫 번째는 누구나 이름만 들으면 아는 글로벌 회사의 한국 지사 매각(Sell-side) 자문 건이었습니다. 두 번째는 유망한 반도체 스타트업의 시리즈 B(Series B) 투자 유치 자문 건이었죠. 그리고 세 번째와 네 번째는 각기 다른 산업에 속한 두 개 회사의 가치평가(Valuation) 프로젝트였습니다.

성격도, 타겟 산업도, 클라이언트의 니즈도 완전히 다른 이 4개의 딜을 굴리기 위해, 매니저인 저는 하루를 세 개의 시간대로 완벽히 분리해야만 했습니다.

2. 제1교대 (오전 10시 ~ 오후 6시): 주니어 업무 리뷰 및 스타트업 자문

회계법인은 보통 출퇴근이 자유로운 편입니다. 저는 대략 오전 10시쯤 사무실로 출근했습니다. 여유로워 보일 수 있지만, 자리에 앉자마자 가장 먼저 하는 일은 프로젝트를 같이하는 주니어들이 전날 새벽까지 매달렸던 업무에 대해 리뷰하고 코멘트를 제공하는 일입니다.

주니어가 찾아놓은 시장 리서치 자료의 방향성이 맞는지 확인하고, 엑셀 모델링에서 수식이 꼬인 곳은 없는지 점검한 뒤, 오늘 하루 그들이 달려야 할 새로운 마일스톤을 세워줍니다. 이 작업이 끝나야 비로소 제 본업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점심 식사를 다녀와서 본격적으로 반도체 스타트업의 시리즈 B 펀딩 자문 업무에 돌입합니다. 해당 스타트업과 비즈니스 모델이 유사한 경쟁사들이 최근 어떤 투자자(VC, PE 등)로부터 얼마의 기업가치(Valuation)를 인정받아 투자를 유치했는지 시장 데이터를 바닥부터 긁어모읍니다.

이를 바탕으로 우리 클라이언트에게 돈을 쏴줄 수 있는 '잠재 투자자 리스트(Long-list)'를 뽑아내고, 그들을 설득할 매력적인 에퀴티 스토리(Equity Story, 투자 유치 논리)를 다듬습니다. 동시에 이 회사를 잠재 투자자들에게 효과적으로 홍보하기 위한 티저(Teaser)를 제작하는 작업이 오후 6시까지 숨 가쁘게 이어집니다.

 

3. 제2교대 (저녁 7시 ~ 밤 12시): 크로스보더 M&A와 IM 작성

저녁을 먹고 나면 제 머릿속 스위치를 크로스보더(Cross-border) M&A 모드로 전환해야 합니다.

글로벌 회사의 한국 지사를 매각하는 딜이었기 때문에, 유럽 본사와의 시차를 맞추려면 저녁 7시 이후가 사실상 그들의 일과 시작 시간이었습니다. 영어로 진행되는 유럽 본사 임원진과의 기나긴 컨퍼런스 콜이 밤마다 이어졌습니다. 한국 시장의 특수성을 설명하고, 매각 구조에 대한 이견을 조율하는 피 말리는 시간이죠.

컨콜 전후로는 제가 직접 픽업하고 리스트업한 잠재 매수자들을 대상으로 무차별적인 콜드콜(Cold Call)을 돌렸습니다. 정보 보안이 생명인 M&A 특성상, 초기 통화에서는 타겟 회사의 사명을 철저히 숨긴 채 매물에 대한 개요만 설명하며 인수 의향이 있는지를 타진해야 합니다. 상대방이 관심을 보이면 담당자의 이메일을 전달받아 미리 작성해 둔 티저(Teaser)를 송부했습니다.

그 이후 조금 더 구체적인 관심을 표명하는 매수자들에게는 비밀유지계약(NDA)을 체결하게 하고 인수의향서(LOI, Letter of Intent)를 접수한 뒤에야 비로소 제가 작성한 수십 페이지 분량의 상세 투자설명서(IM)를 보낼 수 있었습니다. 서류 작업이 끝나면 이들을 직접 대면으로 만나 대상 회사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고 설득하는 인포메이션 미팅 자리까지 매니저인 제가 직접 리드해야 했습니다.

게다가 이 모든 과정에서 발생하는 매수자들의 반응과 매각 프로세스의 진척 상황이 맞는지, 매일 밤 유럽 본사의 M&A팀 담당자(고객)와 컨콜을 하며 실시간으로 컨펌을 받아야만 했습니다.

 

수백억에서 수천억의 가치를 논리로 증명하고 직접 발로 뛰며 매수 의향을 타진하는 이 작업은 극도의 긴장감과 집중력을 요하기 때문에 보통 자정 언저리까지 꼼꼼하게 이어집니다.

4. 제3교대 (밤 12시 ~ 새벽 3시, 그리고 주말): 끝나지 않는 가치평가

자정이 넘어가고 사무실에 적막이 찾아오면, 드디어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온전한 제 시간이 생깁니다. 이때부터 퇴근 전까지 약 3시간 동안은 첫 번째 가치평가 대상인 A 회사의 엑셀 모델링을 돌립니다.

과거 5개년 재무제표를 뜯어보고, 일회성 비용을 발라내고, 미래의 매출 성장률과 WACC(가중평균자본비용) 가정치를 끝없이 수정합니다. 숫자 하나를 바꿀 때마다 밸류에이션 결과값이 수십억씩 출렁이기 때문에 신경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엑셀과 씨름하다 보면 어느새 새벽 3시. 택시를 타고 텅 빈 강변북로를 달려 퇴근하는 것이 매일의 루틴이었습니다.

 

 

주 5일을 이렇게 꽉 채워 달리고 나면 주말이 오지만, 쉴 틈은 없습니다. 아직 제게는 B 회사의 가치평가 프로젝트가 남아있었으니까요. 토요일과 일요일 양일간은 카페나 텅 빈 사무실에 박혀 B 회사의 DCF 모델을 돌리고, 보고서 만드는 작업을 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주 80시간에서 90시간을 일하는 삶이 무려 1년 가까이 지속되었습니다.

물론 매 프로젝트마다 딜의 성격이 다르고 다이내믹해서 너무 재밌고 배우는 것도 엄청나게 많습니다. 하지만 막상 이렇게 매일 밤낮없이 일하다 보니, 취미 생활은커녕 연애나 결혼 같은 평범한 일상은 생각하기조차 힘들었고, 점점 몸이 상하고 있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마치 젊음을 갈아서 나의 커리어를 쌓는 느낌이랄까요.

맺음말: 극악의 워라밸, 그리고 다음 스텝을 향한 결심

회계법인 딜본부, FAS는 분명 자본시장의 최전선에서 그 어떤 직장보다 압축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곳입니다. 주니어 딱지를 떼고 매니저가 되는 순간, 수천억 단위의 딜을 주도적으로 굴려보고 시장의 흐름을 읽는 짜릿한 경험을 할 수 있죠.

하지만 그 대가로 개인의 일상, 수면, 체력, 그리고 인간관계의 상당 부분을 온전히 반납해야 합니다. 이 극한의 워라밸 속에서 멘탈을 부여잡고 살아남는 자만이 파트너를 달거나 더 높은 곳으로 점프할 수 있습니다.

저 역시 이 치열한 3교대 라이프를 1년 넘게 견뎌냈지만, 매일 밤 강변북로를 달리며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결국 저는 "내 삶의 주도권을 되찾으면서도, 자문사(Advisory)의 굴레를 벗어나 진짜 칼자루를 쥐는 곳"으로의 이직을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 [다음 편 예고: 주 90시간의 늪을 탈출하다, 미전실형의 다음 행선지는?]

회계법인 딜본부 매니저의 짠내 나는 24시간, 어떻게 보셨나요? 결국 일에 파묻혀 지내던 이 극악의 워라밸은 저를 새로운 도전을 향해 등 떠밀어준 강력한 촉매제가 되었습니다.

치열했던 전략 컨설팅과 회계법인 FAS를 거쳐, 딜(Deal)의 모든 것을 섭렵한 미전실형이 최종적으로 선택한 다음 커리어는 과연 어디였을까요? 외부에서 훈수를 두는 자문사의 역할을 넘어, 직접 기업의 명운을 결정하고 딜을 주도하는 '인하우스(In-house)'로 넘어가기까지의 치열했던 고민과 이직 준비 과정을 다음 편에서 낱낱이 공개하겠습니다.

수많은 취준생, 금융권 종사자가 꿈꾸는 그 '다음 스텝'의 진짜 현실, 다음 편을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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